겐지모노가타리를 읽으며 가타리테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가타리테는 일본 전통에서 이야기꾼을 뜻하지만, 현대에는 콘텐츠·브랜드·교육 전반에서 서사 중심의 소통을 담당하는 존재로 확장됩니다.

겐지모노가타리를 읽다 보면, 이야기가 단순한 사건 전달이 아니라 화자의 섬세한 관점과 감정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작품 속 서사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한 걸음씩 감정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이때 자연스레 다가오는 개념이 바로 ‘가타리테(語り手)’입니다.
가타리테는 단순히 등장인물의 행동을 묘사하는 기능적 화자가 아니라, 독자가 어떤 감정 상태로 이 이야기를 바라보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방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매력은 바로 이 서사적 관점의 조율에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작품의 세계에 조금씩 스며들게 됩니다.
작품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가타리테가 단순한 전달자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인물의 감정을 이어주고, 시대의 분위기를 담아내며, 사건과 사건 사이에 숨겨진 의미를 이끌어내는 ‘해석자의 목소리’가 바로 가타리테의 핵심이라는 사실입니다.

가타리테라는 용어는 일본 전통 사회에서 구전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던 사람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전설, 민담, 영웅담 등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문화와 감성을 전승하던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타리테는 더 이상 단순한 이야기 전달자만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학 속 화자 역할을 포함해, 현대에 와서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창작자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는 글쓰기, 영상 제작, 오디오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야기 중심의 접근이 중요해지면서, 가타리테의 의미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즉 오늘날의 가타리테는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메시지에 방향과 감정, 흐름을 부여하여 사람을 움직이는 스토리 설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누구나 전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어떻게 말하는가’입니다. 이때 가타리테는 이야기의 구조와 감정을 활용해 메시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청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적인 이해 방식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며, 해결의 과정을 따라가는 서사는 뇌가 정보를 기억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과 연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타리테는 단순한 정보 전달보다 높은 몰입도와 기억률을 만들어 냅니다.
또한 이야기는 전달자의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어떤 장면을 강조하고 무엇을 생략하는지, 어떤 감정을 중심에 두는지는 모두 가타리테의 선택입니다. 이는 단순한 설명보다 더 빠르게 정체성을 드러내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를 읽으며 느낀 점도 바로 이것입니다. 가타리테는 이야기의 감정의 떨림·분위기·에너지의 흐름을 조율하는 존재이며, 독자가 어떤 감정으로 세계를 바라볼지 ‘관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도 이러한 역할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가타리테 방식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째, 감정적 공감 형성에 유리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적 연결이 이루어져 메시지가 오래 남습니다.
둘째, 복잡한 내용을 구조화하여 쉽게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서사는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연결을 제공합니다.
셋째, 전달자의 세계관을 드러내어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 개인 크리에이터, 교육자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넷째, 다양한 매체와 결합하여 확장성이 높습니다. 텍스트, 영상, 오디오 등 어떤 형식에서도 이야기 중심 접근은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가타리테에는 분명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첫째, 감정적 요소가 과도하게 부각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야기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사실 전달이 흐려지거나 편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서사를 만드는 데 시간과 자원이 필요합니다. 완성도 있는 이야기는 단순 정리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듭니다.
셋째, 여러 채널에서 일관된 스토리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해석 차이만 있어도 메시지의 톤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넷째, 과도한 연출이나 극적인 장면 구성은 ‘진정성 부족’이라는 반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타리테는 균형 잡힌 관점이 필수적입니다.

작가적 시점과 가타리테는 종종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야기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합니다. 먼저 작가적 시점은 작품을 실제로 쓴 사람의 시각과 목소리를 가리킵니다. 즉,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고 인물과 사건을 선택하며 전체 구성을 설계하는 창작자의 관점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나 1인칭 시점처럼 서술 방식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작가적 시점은 작품의 외부에 존재하며, 독자는 이 창작자가 누구인지 알고 작품을 읽어 나갑니다.

반면 가타리테는 작가와는 다른 층위에서 이해해야 하는 개념입니다. 가타리테는 작품 안에서 이야기를 실제로 전달하는 화자, 즉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목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작가 자신이라기보다, 작가가 만든 하나의 서사적 장치이자 기능으로서, 독자가 작품 속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게 될지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고, 가타리테는 그 완성된 세계 속에서 독자를 이끌어 주는 이야기의 내적 목소리입니다.

이 둘의 목적 역시 다르게 작동합니다. 작가적 시점은 이야기의 전체 구조를 설계하며, 인물·시간·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창작의 중심입니다.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 분위기와 미학까지 모두 작가의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가타리테의 목적은 독자가 작품을 어떤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될지, 그리고 어떤 톤과 분위기로 서사를 체험하게 될지 조율하는 데 있습니다. 작가가 세계를 만든다면, 가타리테는 그 세계를 독자가 ‘어떻게 느끼게 할지’ 다루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적 시점은 창작의 외부에서 작품을 설계하는 관점이고, 가타리테는 작품 내부에서 이야기를 전하며 독자의 감정과 해석을 이끄는 화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명확히 구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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